이혼 후 자취 1달차 #02 방은 줄었고, 월세는 늘었고, 나는...?
30평에서 6평 원룸 오피스텔로 이사한 이야기
방 3개, 화장실이 2개 있는 집에 살다가, [보증금 500, 월세 50 ] 6평짜리 원룸 오피스텔로 이사왔다.
가족과 친한친구 2명을 제외하고는 딱히 말하지 않았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꼭 해리포터 세계관의 볼드모트처럼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되는 말 처럼 느껴졌고, 내가 어떤 감정과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나도 아직 혼란스럽다 이유에서다.
매매할 돈은 애초에 없고, 어떻게 대출을 끼고 전세를 구할 수 있겠지만 집을 보러 다닐 시간도, 여유도 마음에 없었다.
무엇보다 큰 돈이 묶여서 어딘가에 매여있다는 기분이 드는게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창문이 하나 달린, 어떻게 통풍을 시켜야하는지 아직도 잘 몰라서 마냥 창문을 열어놓기만 하는 상태로 이 오피스텔에 1달 째 살고 있다.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집이 좁다보니 청소기조차 사치라서 거의 매일 전정기 청소포와 물걸레 티슈로 바닥을 한번씩 쓸고 닦는다. 작은 공간이지만 구석구석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견함을 느낄 수 있다.
침대도 싱글 사이즈, 이불도 싱글 사이즈, 의자 한 개, 책상 한 개. 공간이 작아진 만큼 행동 반경도 줄었고, 짐도 줄었지만 또 그만큼 신경쓸 것도 줄었다.
지금은 그런게 필요하다.
'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워낙 독립적인 생활을 이미 하고있었기 때문에 혼자 산다는게 그렇게 어렵게 느껴진 적은 없지만
생각 못한 서러운 순간들이 찾아왔다.
빌트인된 빨래 행거를 꺼내놓고 까먹은 탓에 세탁물을 꺼내다 일어나면서 머리를 쎄게 박았을 때, 냉장고 문이 바뀐걸 까먹고 익숙한 방향으로 닫다가 손가락을 쎄게 찧었을 때, 새로 주문한 가구 배송 기사님이 첫 신혼집에도 가구 배송을 오셨던 분이었다는 걸 문자기록에서 발견했을 때...
쓰다보니 나 억울했네.
억울도 억울이고 우울도 우울이다. 불쑥불쑥 잡히지 않는 걱정이 찾아온다.
작은 집으로 오는 탓에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왔고, 둘이 나눠 쓰던 모든 건 아직 그 집에 그대로 남았다.
추억이든 기억이든 뭔가는 담겨있을 그 것들 사이에서 혼자 감당해야 할 지냄은 어떨지 나는 그 기분을 상상하기 힘들다.
다 버릴껄. 다 없애 버릴껄.
손 쓸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끔씩 몰려오지만 이제와서 어쩔 수는 없다.
그럴 때는 몸을 움직인다. 창틀에 쌓인 먼지라도 닦고, 충전 안 된 기기들에 충전기를 꽂고, 현관 바닥이라도 쓸어 낸다.
방의 갯수와 크기가 뒤집힌 것 처럼, 삶의 큰 변환점을 맞았으니 이를 계기로 바뀐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이것 저것 배우고 시도하려고 한다.
목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렇게 마음먹은 가장 첫번째 다짐은, 나에게 무례한 사람들을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내가 변한건지, 내 환경이 변한건지, 삶은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간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에서 서로 닿지 않게,
조금씩 다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