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취 1달차 #03 혼자 산다는 걸 실감할 때
나 이혼하고 원룸 월세 혼자 산다
이혼한지 2달이 되어가지만, 이혼했다는 말을 주변에 꺼내는 건 어렵고도 애매하다.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어색하고,
좋은 일도, 위로 받고 싶은 일도 아니라서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굳이 말하고 다녀서 걱정을 들을지, 또 어떤 질문에 답을 해줘야할지 생각하면
다 귀찮고 혼자 있고 싶기만 하다.
그래서, 내가 혼자 살게 되었다는 걸 아는 주변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친구들과 나눴을 소소한 이야기도, 감정도 오롯이 혼자 바라본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어른이 되는건지, 고립이 되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혼자 산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들은 한 번 와닿으면 잊기 어렵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너무 조용한 집이다.
잠들기 전, 시계 바늘 소리조차 선명하게 들리는 시간이 있다. (내 시계가 시끄러운 편이긴 하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공기처럼 느껴질 때, 그 고요함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다가온다.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사니까 이건 좋네
싶은 때도 있다.
요거트를 덜어내지 않고 통째로 퍼먹을 때.
어차피 나 혼자 먹을 거니까 굳이 그릇에 덜 필요 없다.
김치찌개를 끓여도, 된장찌개를 끓여도 냄비째로 먹으면 된다.
간혹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치운 자리, 내가 남긴 흔적, 내가 널브러뜨려 놓은 수건 위치.
이 모든 게 내가 정한 대로 남아 있을 때.
누구 하나 나 대신 정리해 주는 사람도 없지만, 그 누구도 내 공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좋다.
가구나 집기 하나 고를 때조차 내 취향이 100% 반영된다.
예전엔 뭔가 구입할 때 종종 ‘무난하게’, ‘상대가 좋아할 만한 걸로’ 타협했다면
지금은 거리낌 없이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패턴으로, 기능이 좀 딸려도 그냥 내가 보기에 좋은걸로!
소소한 취향들이 이 작은 원룸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아직은 혼란스럽다.
이게 내가 원한 삶일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걸까.
지금은 일단, 하나씩 바꿔갈 계획이다.
천천히, 집도 전세로 구하고, 직장도 옮기고, 가능하면 내 사업을 하고.
가능하면 다른 지역에 가서 살고 싶고.
그 모든 일을 해내기를 기원하며,
또 매일을 똑같이 밥을 하고, 정리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자고,
다시 다음 하루를 맞이하는 누구나의 일상을 살아낸다.
진짜 혼자라는 걸 실감할 때다.
내 인생이 어떻게 되든, 이제는 나를 탓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