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혼자 살기 시작한 지 딱 한 달. 아직 적응 중이지만, 요즘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내가 먹을 만큼만 밥을 하고 비워낼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괜찮은 일이었구나’ 하는 거다.혼자 살게 되면서 의외로 만족감을 느낀 부분을 꼽자면,밥통을 오롯이 내가 관리한다는 점. 내가 성주신도 아니거니와, 밥에 대단한 애정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냥 내 밥통에 밥이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남았느지, 얼마 전에 지은 밥인지.그런 별 것 아닌 사실들을 내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는 데에서 뜻밖의 만족감을 느꼈다. 이혼 전 둘이 살던 시절에는 답답했던 부분 중 하나가밥통을 열면 늘 무언가 ‘애매하게’ 남아 있을 때다.보온 버튼은 켜져 있는데, 막상 열어보면 눌어붙은 밥풀떼기만 남아 있거나,..